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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마케팅

마케터 vs 사업 PM, 그들의 영토 싸움

통상적으로 퍼블리셔보다 개발사에 가까울 수록,
대규모 개발사보다 소규모 개발사일 수록,


한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한 경계가 애매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보니 자주 부딪치게 되는 포지션 중 하나가 바로 마케팅과 사업이다.
어떻게 보면 명확하다.

 

마케팅은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에 가깝고
사업은 돈을 효율적으로 '벌어들이'는 일에 가깝다.

 

하지만 결국 돈을 잘 써야 잘 벌고
돈을 잘 벌어야 잘 써야하기 때문에
두 포지션은 운명적으로 다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회사 입장에서는 돈을 버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비교적 사업 PM의 입김이 센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마케터라서 하는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뭐 어찌됐든 한 쪽은 벌고, 한 쪽은 쓰는 입장이다보니
마케터들은 벌어온 돈을 사용함에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제작을 하면서도 모두의 입맛을 맞추려고 노력해야하고
분명 컨펌 났던 크리에이티브들도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을 수십, 수백번 들어야 한다.
(그렇게 입맛을 맞춰주다보면 괴상한 크리에이티브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이 소재가 좋은 효율을 보인다면 기세등등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세상 광고라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기에 좋지 않은 효율이 나올 수도 있다.

 

그때 밀고 들어오는 사업 PM의 말들은 정말 견디기 어렵다.


"이거 CPI(설치당 비용)가 이렇게 나오면 LTV(유저당 생애 가치) 비교하면 유저풀이 너무 별로인 것 아닌가요."
"이번 유입 유저들 IAP(인앱 수익)가 너무 낮고, PUR(과금 유저 비율)도 너무 낮아요 타겟 잘못 설정하신 것 아닌가요."

등등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부분임에도 상당히 아픕니다.

 

그러다 문득, 지금 듣고 있는 이 상황이 자신의 영역의 일인가,
사업의 영역인가를 생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일단 많은 모객수를 KPI로 잡고 진행해달라고 해서 진행했는데
LTV와 PUR을 따지기 시작하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걸까.

 

모든 지표가 좋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런 일은 드물다.
결국 계속 박터지게 싸우면서 개선해 나가야한다.

 

재밌는 것은 사업PM의 영역을 마케터들이 해보면 왜 그렇게 사업PM과 싸웠는 지를 알게 된다.

 

사업 PM은 진짜 말 그대로 프로덕트를 총괄하는 포지션이다.
이것저것 신경 써야할 일들이 많은 와중에
아무리 개발 제안을 하더라도 개발 일정상 컷 당하면 그들이 개발적으로 손 댈 수 있는 것은 없다.


엄청난 BM을 구성했다 하더라도 반영을 안 해주면 꽝이다.
그래서 사업PM은 개발팀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반대로, 사업PM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가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영역이 '마케팅'이다.


당장 ROAS만 좋아도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 PM들은 끝없이 마케터들을 괴롭힐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다.
그러다 상당히 많은 지표들이 핏이 맞게 되면 둘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을 직면한다.

 

애증의 관계.
마케터와 사업PM의 관계는 그렇다.